다가오는 휴가철,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인 분 많을 텐데요. 푹 쉬고 다시 일상을 알차게 보내려면 휴가지에서도 꿀잠 자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해외 여행 첫날 밤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 적 있나요? ‘나만 그런가?’ 싶다면 걱정 말아요. 실제로 많은 여행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잠을 자기 어려워한다고.
낯선 곳, 첫날 밤에 겪는 불면증, 퍼스트 나이트 이펙트 🌙
이를 설명하는 의학적 개념도 있을 정도인데요. 바로 ‘퍼스트 나이트 이펙트(First Night Effect, FNE)’예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낯선 환경에서 뇌의 한쪽을 경계 상태로 유지해 깊은 수면에 들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여행지는 소리, 빛, 온도, 침구 등이 모두 평소와 다른 환경이니 본능적으로 긴장하는 것. 여기에 더해 시차 때문에 생체 시계가 꼬이면 숙면을 취하기 더 어려워지고요.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시차가 2시간 정도만 나더라도 불면증을 겪을 수 있다고 해요.
아침형 인간이 여행 중 불면증에 더 취약하다고? 🌞
특히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아침형 인간’일수록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여행지 불면증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도 있는데요. 2023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아침형, 중간형, 저녁형 등 개인의 수면-각성 유형(chronotype)에 따라 수면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어요. 해당 연구에서 아침형 인간은 수면 시간이 평소와 다르게 지연될 때 중간형이나 저녁형에 비해 총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등 더 취약한 반응을 보였다고. 평소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행 불면증’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한 거예요. 그럼 여행지에서도 꿀잠을 자기 위한 방법을 여행 준비 단계부터 이동, 여행 중 순으로 자세히 알아볼게요.
취침·기상 시간 조금씩 조정하기 ⏱️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목적지 시간에 몸을 맞추면, 여행지에서 숙면을 취하는 데에 훨씬 도움이 돼요. 목적지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동쪽에 있다면 조금씩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서쪽이라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서 목적지 시간에 취침·기상 시간을 조금씩 맞춰봐요. 한번에 크게 조절하는 것보다는, 매일 15~30분씩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아요. 식사 시간도 목적지에 맞춰 조금씩 조절할 수 있다면 현지 시간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어요.
16시간 단식으로 생체 시계 리셋하기 🍚
하버드 의과대학 패트릭 풀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16시간을 굶으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비활성화돼 있던 ‘음식 생체 시계’를 작동시킨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수면 패턴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해요. 16시간을 굶은 다음, 목적지 시간을 기준으로 아침 식사 시간일 때 첫끼를 먹어서 생체 시계를 그에 맞게 조정하는 것. 실제 우리나라와 미국을 오가는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16시간 단식 후 목적지 시간에 맞춰 첫끼를 먹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16.2배나 시차를 덜 느꼈다고 해요.
라이트 테라피 조명으로 빛 노출 조절하기 💡
좀 더 확실한 시차 적응을 원한다면 라이트 테라피 조명을 써 보는 걸 추천해요. 라이트 테라피 조명은 강한 빛을 방출해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기인데요. 목적지 시간 기준으로 아침 시간일 때 라이트 테라피 램프를 일정 시간 쬐면, 신체가 현지 시간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인체에 “지금은 아침이야!” 하는 신호를 인공적으로 주는 거예요.
이틀 이내 짧은 여행이라면 평소 루틴 지키기 ⚠️
여행 일정이 짧다면 억지로 시차 적응을 하기 보다는 평소 루틴을 지키는 게 나을 수 있어요. 시차 적응에는 많게는 며칠씩 걸릴 수도 있는데, 여행 전후로 시차 적응에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없다면 시차에 적응하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신체 리듬을 무너뜨려서 피로가 더 쌓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시차 적응에 성공했다고 해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원래 생체 시계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컨디션이 더 나빠질 수도 있고요.
장거리 비행은 여행지 숙면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요. 목적지까지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면, 아래와 같은 팁을 지켜는 게 좋아요.
기내식은 적당히, 커피·주류는 피하기 🍱
기내는 기압이 낮고, 움직임이 제한적이어서 평상시보다 소화가 잘 안 되는데요. 소화 불량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예요. 따라서, 기내식은 배부르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먹거나 아예 건너 뛰는 게 숙면에 도움이 돼요.
카페인과 알코올 역시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기내에서는 되도록 커피와 주류를 마시지 않는 게 좋아요. 특히 기내에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자면 심장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해요. 독일 항공우주센터 에바-마리아 엘멘호스트 박사팀에 따르면, 비행 중 음주 후 잠을 잤을 때 산소포화도가 낮아지고 심박수가 증가하는 등 심장에 큰 무리를 줬다고.
편한 자세와 스트레칭 + 숙면에 좋은 좌석 고르기 🤸
1등석이 아니라면 기내에서 앉은 자세로 잠을 자야 하잖아요. 영국 척추연구기관에 따르면 사람이 앉아서 잠을 잘 때 135도 각도가 숙면에 가장 좋다고 해요. 등받이를 뒤로 충분히 젖히기 어렵다면,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쿠션이나 담요 등을을 허리에 대서 척추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여보세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체온을 유지하세요. 너무 더워도, 추워도 숙면에 방해가 돼요. 기내에서 슬리퍼를 제공한다면, 신발을 벗고 있는 게 좋아요. 신발을 벗으면 뇌가 휴식을 취할 때라고 인식해서 더욱 쉽게 잠들 수 있다고.
계속 앉아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건 오히려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으면 혈액순환이 나빠지기 때문인데요. 틈틈이 손·발목을 돌려주거나 통로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세요.
꿀잠에 들 수 있는 좌석을 고르는 것도 중요한데요. 화장실을 자주 가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창가 좌석에 앉는 게 좋아요. 벽에 머리를 기대어 안정적으로 잘 수 있고, 통로를 지나는 승객을 위해 자리를 비켜줄 일도 없기 때문. 또, 날개 근처 자리는 기체 흔들림이 적어서 깊은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여행은 비행부터, 현지 시간에 맞춰 활동하세요 ⏱️
숙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행기에서도 도착지의 패턴에 맞춰 활동하는 걸 추천해요. 사전에 수면 패턴을 조절했어도, 비행기에서 루틴이 무너지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패턴이 리셋될 수 있기 때문. 현지 시간이 활동하는 시간이라면 비행기에서도 깨어서 독서 등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고요. 만약 비행 시간이 현지에서 자는 시간이라면, 최대한 피곤한 상태로 비행기를 타는 게 좋겠죠?
1️⃣ 목베개를 챙겨서 편안한 수면 자세를 만들어주세요.
메모리폼 소재 목베개를 사용하면 더욱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
2️⃣ 안대와 귀마개로 빛과 소음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등으로 ‘핑크 노이즈’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
Neurology의 연구에 따르면 핑크 노이즈를 들으면
잠드는 시간이 평균 38% 단축된다고 해요.
3️⃣ 건조한 기내 때문에 피부가 당기면 잠을 자기 어렵잖아요.
기내 반입 가능한 사이즈의 보습 크림을 챙기는 것도 추천해요. 💧
하루종일 이곳 저곳을 돌며, 다양한 음식을 먹고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느라 굉장히 피곤한 루틴을 보내고 계실텐데요. 여행지에서도 건강한 수면을 위해 좋은 습관을 지키는 게 중요해요.
휴양지에서도 충분한 야외 활동과 적당한 운동 곁들이기 🏋️
낮에 햇빛이 강하고 더운 지역으로 여행을 간 경우, 낮 시간에 실내 관광 위주로 하거나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자는 경우가 있는데요. 낮에 충분한 야외 활동을 해서 밝은 햇빛을 많이 쬐는 게 숙면에 도움을 줘요. 햇빛을 쬐면 생체 시계가 활성화 되어, 밤에 자연스럽게 잠이 오도록 수면 리듬을 맞춰주고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만드는 세로토닌 합성을 도와서 밤에 숙면을 유도해요.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낮에 깨어 있으라는 건 아니고요. 시차 적응이 아직 완벽하게 되지 않았거나, 평소 주말 등 휴일에 낮잠을 자는 수면 루틴을 가지고 있다면 짧은 낮잠을 자는 것도 좋아요. 낮잠을 자더라도 저녁에 숙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20분 이내로 자는 게 좋아요.
휴양 컨셉의 여행이라도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좋아요.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숙면을 돕거든요. 특히 아침에 햇빛을 받으며 운동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규칙적으로 이루어져서 밤에 자연스럽게 졸음이 와요. 여행 중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기 어렵다면, 30분 정도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는 걸로도 충분해요. 다만, 늦은 시간의 격렬한 운동은 각성 효과 때문에 숙면을 방해할 수 있어요. 잠들기 2~3시간 전부터는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만 하는 게 이상적이에요.
낯선 침대에 익숙한 냄새 더하기 🪄
낯선 잠자리는 여행지에서 잠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인데요. 낯선 환경에서는 ‘흥분’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져서 쉽게 잠을 이루기 어려워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따라서 숙소의 낯선 침대를 익숙한 잠자리로 착각하게 만드는 게 숙면에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평소에 사용하던 베개나 담요를 챙겨가면 뇌가 안전한 곳으로 인식해서 쉽게 잠들 수 있다고.
특히 후각은 낯선 곳과 익숙한 곳을 구분할 때 자주 사용되는 감각인데요. 특히 향기와 수면의 관계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어요. PubMed Central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후각계와 수면 제어 핵은 활발히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향기가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요. 따라서, 자주 맡던 향의 향초나 아로마 오일 등을 챙겨 숙소를 익숙한 수면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면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어요.
아로마테라피에 관한 다양한 연구에서는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는 라벤더,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켜줄 수 있는 캐모마일 등의 향을 추천해요. 다만, 평소에 아로마테라피를 전혀 접하지 않다가 여행지에서 처음 시도할 경우 오히려 감각을 자극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걸 유의해야 해요. 여행 전에 나에게 맞는 향을 미리 찾아두는 게 좋겠죠?
1️⃣ 소음과 빛에 민감하다면 번화가에 있는 숙소는 피해보세요.
예약 사이트 숙소 후기를 꼼꼼하게 살펴서 🧐
방음 등에 문제는 없는지도 알아보고요.
2️⃣ 요즘은 수면에 도움이 되는 차, 안대,
아로마 스프레이, 일회용 귀마개 등을
기본 어메니티로 제공하는 곳도 많아요. 🌟
3️⃣ 홈페이지에 침구류&매트리스에 관한 소개가 있다면
수면 환경을 신경 쓰는 의미인 만큼 🛌
숙소 선택지로 고려해보면 좋아요.
보통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두근거리는 맘으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물을 챙기느라 바쁜 시간을 보낼 텐데요. 결국 깨어 있는 시간에 200% 여행을 즐기려면 꿀잠을 위해 미리미리 다양한 준비를 해두면 좋다는 것, 잊지 말아요. 특히 여행 짐을 쌀 때 보통 수면을 위한 준비물로는 잠옷 정도만 챙기는 경우가 많지만 위에 소개된 아이템 중 휴대가 간편한 것들을 꼭 챙겨가보길 권해요.
그 외에도 평소 스마트워치 등을 사용하고 있다면 내가 숙면을 취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면 추적기를 상시 활용하는 것도 좋고요. 숙소 선택부터 수면 환경까지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여행지에서도 내 방처럼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잘 자고 푹 쉬다 올 수 있는 즐거운 여행 보내시기 바랄게요.